택배차가 바뀌지 않으면 저상탑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1: 저상탑차의 문제점과 그 원인

저상탑차에서 허리를 구부린 택배 기사(사진: 경향신문)

저는 택배노조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파업 과정에서의 요구사항은 1. 사회적 합의 이행 2. 저상탑차 대책 마련 3. 노조 인정 4. 별도요금 폐지의 4가지라는 것 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택배노조에서 파업 요구사항으로 저상탑차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한 이유는 택배기사들이 평소에 택배를 배송하는 과정에서 상하차를 하는 일이 잦은데 저상탑차의 경우 위의 사진과 같이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상하차를 반복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저는 어릴 때 원주와 분당에 살면서 택배차들을 자주 보게 되었는데 대부분 포터나 봉고를 비롯한 1톤 트럭의 샤시에 박스형 적재함을 설치한 형태였으며 워크스루밴 형태의 택배차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저상탑차를 사용하자니 허리에 무리가 가고 그렇다고 하이탑차를 사용하자니 새로 지은 아파트들을 제외하고는 지하주차장 진입이 불가능하고.... 한마디로 말해서 진퇴양난인 것 같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서 저상탑차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먼저 저상탑차란 기존의 탑차와 달리 적재함의 높이가 낮아서 캡 높이와 비슷한 탑차를 말하며 주로 공원화 아파트단지가 많은 3기 신도시 지역의 우체국과 배송 대리점에서 사용합니다.

포터2 저상내장탑차(사진: 현대자동차)

봉고3 저상내장탑차(사진:기아)

위 두 개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저상탑차의 특징은 탑 높이가 운전석 부분, 즉 캐빈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최근에 많이 늘어나고 있는 지상 공원화 아파트단지가 많은 지역의 우체국이나 배송 대리점, 택배 터미널에서 저상탑차를 많이 도입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쿠팡이나 마켓컬리와 같은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상탑차의 장점은 탑차 탑의 높이가 운전석의 높이랑 비슷해서 지하주차장의 진입이 쉽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택배기사들이 저상탑차를 기피할까요?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그 이유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알아보겠습니다.

저상탑차, 무엇이 문제인가?

포터2 하이내장탑차(사진:현대자동차)

현재 택배차로 쓰이는 하이탑차의 경우 적재함의 높이가 180cm로 택배기사들이 탑에 올라갔을 경우 허리를 세울 수 있으며 부피가 큰 짐은 물론 일반 짐까지 실을 수 있고 택배 물량 역시 많이 채울 수 있어서 하루치 분량을 다 채울 수 있으며 특히 물량이 많이 몰릴 경우 큰 짐칸을 장점으로 택배기사가 대리점이나 터미널과 배송지를 오고가는 시간을 줄이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봉고3 내장탑차(사진: 기아)

또한 일반 탑차의 적재함 높이는 150cm로 하이탑차보다는 조금 낮지만 저상탑차보다는 23cm정도 높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면 어느 정도 서서 상하차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저상탑차보다도 짐을 조금은 더 실을 수 있기 떄문에 택배기사들의 노동조건에도 어느 정도는 악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포터2 저상내장탑차(사진:현대자동차)

그런데 저상탑차의 경우는 적재함의 높이가 127cm이기 때문에 서서 작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상탑차에서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을 하루이틀이 아니고 자주 하다 보면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저상탑차의 경우는 실을 수 있는 짐의 양이 하이탑차보다 적기 때문에 만약 그날 물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대리점이나 터미널을 더 오고 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택배기사의 과로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이탑차와 저상탑차의 비교1(사진:현대자동차)

하이탑차와 저상탑차의 비교2(사진:경향신문)

사진으로 비교해도 차이를 알 수 있겠지요? 하이탑차의 경우와 비교를 해보면 탑의 높이가 매우 낮습니다. 때문에 저상탑차를 사용하는 택배기사의 경우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택배 상하차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하이탑차나 일반 탑차에 비해서 높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요? 그 이유는 밑에 나옵니다.

저상탑차로 인한 문제의 발생 원인

저상탑차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택배차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택배차의 대부분은 현대 포터나 기아 봉고의 샤시에 박스형 적재함만 딱 박아놓은 형태의 차량이며 이런 차량은 지상고가 높아서 택배기사들이 적재함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1톤 내장탑차(사진:현대자동차)

사진은 1톤 내장탑차인데 사진상으로도 지상고가 높으며 워크스루가 불가능합니다. 즉 이런 구조의 차량은 적재함을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는 택배기사들의 노동 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현대 포터 제원1(사진:현대자동차)

현대 포터 제원2(사진:현대자동차)

택배차의 기본 모델이 되는 1톤 트럭의 제원을 확인해보니 포터 기준으로 75cm나 됩니다. 즉, 탑차의 전고는 하이탑차, 일반 탑차, 저상탑차에 따라서 180cm, 150cm, 127cm로 달라지지만 지상고는 75cm로 모두 똑같습니다. 그 말은 택배차 적재함의 높이가 낮아질수록 택배기사들의 근골격계 질환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그것은 자동차 제작사에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적재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차량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자동차 제작사에서 택배기사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차량을 만듦으로 인해서 고덕 그라시움 택배 사건, 다산신도시 택배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택배기사들의 허리 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 제작사들이 워크스루밴이나 적재함의 높이 조절이 가능한 상승 탑차를 만들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존 차량의 파생 모델이어서 미국의 전용 차량에 비해서 한계가 분명합니다.

포터2 워크스루밴(사진: 현대자동차)

사진의 차량은 현대 포터2 워크스루밴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택배차량으로 사용되는 일반 내장탑차에 비하면 워크스루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강도가 낮아지겠지만 이 역시 기존 1톤 트럭의 파생 모델인 만큼 전용 모델에 비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봉고3 상승탑차(사진:기아)

또한 기아차에서 봉고3 상승탑차를 내놓았으며 이 차량의 장점은 높이 조절이 가능해서 지하주차장 진입이 가능하고 지하주차장에 진입해서 배송을 할 때 적재함 높이를 올릴 경우 서서 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상고가 높고 워크스루가 되지 않아 배송에 시간이 걸릴 수 읶다는 단점은 동일합니다.
그렇다면 전용 모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음 장에서 알아봅시다.

<2장 택배차가 바뀌지 않으면 저상탑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2: 세계의 택배차 전용 모델>에서 계속

<참고 자료>

https://www.hyundai.com/kr/ko/e/vehicles/porter2-special/intro#built_in

모델소개

https://www.khan.co.kr/article/202105092103025

‘저상 탑차’ 택배기사 이렇게 9년째…“허리가 남아나지 않아요”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104082122025/amp

“아파트 입구까지만 배달” 길 막힌 택배 노동자의 ‘고육책’

https://www.hyundai.com/kr/ko/e/vehicles/porter2/spec

제원

https://www.kia.com/kr/vehicles/bongo3-builttapcha/line-up.html

기아 봉고Ⅲ 내장탑차 라인업 - 연비좋은 내장탑차 | 기아 공식 사이트

https://www.kia.com/kr/vehicles/bongo3-upwardtapcha/line-up.html

기아 봉고Ⅲ 상승 내장탑차 라인업 - 연비좋은 상승 내장탑차 | 기아 공식 사이트